반려동물화가 이종서 화백 “붓끝으로 건네는 영원한 안녕”

-눈빛 속 '영혼의 교감'을 화폭에 포착해 내는 작가

-펫로스 증후군의 깊은 상실감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예술적 처방전

-그들의 가장 눈부셨던 한때를 영원히 붙잡아두는 ‘기억의 기록자’ 될 것

◆캔버스 위에서 다시 숨 쉬는 아이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이제 동물은 집을 지키는 ‘애완’의 대상을 넘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당당한 ‘가족’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인간보다 짧은 동물의 생체 시계는 필연적으로 이별의 순간을 데려온다. 가족을 잃은 듯한 극심한 상실감, 즉 ‘펫로스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화폭을 통해 이들의 멍든 마음을 어루만지는 예술가가 있다. 국내 대표적인 반려동물화가로 알려진 이종서 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


이종서 작가의 작업실 벽면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강아지, 고양이들의 그림으로 가득 차 있다. 혀를 내밀고 해맑게 웃고 있는 리트리버, 정면을 응시하는 도도한 눈빛의 고양이, 주인을 바라보던 마지막 순간의 아련함이 묻어나는 노령견까지. 그의 붓끝에서 탄생한 동물들은 금방이라도 캔버스를 깨고 나와 꼬리를 흔들 것만 같은 생동감을 뿜어낸다.


이 작가의 그림에는 동물의 ‘영혼’이 담겨 있다. 그는 “동물의 눈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그 아이가 살아온 삶과 주인과 나눈 교감이 느껴진다”며 “외형을 똑같이 묘사하기보다, 그 아이가 가졌던 특유의 분위기와 숨결을 포착해 내는 것이 내 작업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교감에서 시작되는 작업, ‘눈빛’에 영혼을 불어넣다

이종서 작가가 반려동물 그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우연이면서도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본래 정통 회화를 전공하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주목해 왔던 그는, 우연히 지인의 반려견을 그려 선물한 것을 계기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평생을 함께한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지인이 그의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위로를 받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자신의 예술이 누군가의 삶에 이토록 깊은 치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강한 확신을 주었다.


이 작가의 작업 프로세스는 독특하다. 의뢰인이 보내온 사진 몇 장만 보고 기계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 의뢰인과의 긴 대화를 통해 아이의 이름, 성격, 좋아하던 간식이나 장난감, 그리고 주인과 함께했던 가장 행복했던 기억들을 먼저 수집한다.


“의뢰인이 들려준 아이의 일상을 충분히 마음에 품고 나서야 비로소 캔버스 위에 아이의 성격과 온기가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활달하고 장난기 가득했던 아이는 빛을 머금은 경쾌한 붓 터치로, 얌전하고 사색적이었던 아이는 여러 겹 덧칠한 깊고 차분한 색조로 그 결을 살려낸다. 눈에 보이는 형상을 고스란히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가 지녔던 고유의 기질을 화면에 정성스레 수놓는 과정이다.”


그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역시 ‘눈’이다. 동물의 눈은 인간보다 순수하며, 그 어떤 언어보다 확실하게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홍채의 미세한 색감 변화와 눈동자에 맺힌 작은 반짝임 하나까지 세밀하게 표현해 내는 그의 집중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림 속 동물과 진짜 교감을 나누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진이 주지 못하는 ‘생명력’을 채우다

이종서 작가는 사진과 그림의 결정적인 차이로 ‘작가의 감정과 해석이 개입된다는 점’을 꼽는다. 그는 캔버스 속 대상에게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털 한 올의 결, 코의 촉촉한 질감,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아이만의 독특한 눈빛을 살리는 데 집중하는 이유다. 실제로 그림을 전달받은 의뢰인들이 마치 아이가 살아 돌아온 듯한 깊은 감동에 눈시울을 붉힐 때 화가로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이러한 정성은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이들에게 커다란 치유제로 작용한다. 최근 그를 찾는 이들의 상당수는 이미 반려동물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이들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아이를 잃고 미안함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이 작가의 초상화는 하나의 기념품을 건너뛰어, 일종의 ‘치유의 의식’이 된다.


그의 손끝에서 되살아난 반려동물의 다정한 눈빛은 남겨진 이들의 아픈 상실감을 어루만지고, 가슴속에 맺혀 있던 미안함을 고마움으로 승화시킨다. 마음속 깊이 묻어둔 이별의 슬픔을 마주하고 비로소 건강하게 흘려보내는 애도의 통로가 되어주는 셈이다. 이 작가의 그림이 반려인들의 얼어붙은 일상을 다시금 따뜻하게 녹여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 반려 문화를 바꾸는 붓질

이 작가는 이러한 작업이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도 맞닿아 있다고 믿는다. 현대 사회에서 반려동물의 죽음은 여전히 개인의 슬픔으로 치부되거나 공감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자신의 전시와 작업을 통해 동물의 생명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별의 슬픔을 당당하게 위로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힘쓴다.


그의 행보는 좁은 개인 작업실을 벗어나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유기견 보호소를 위한 기부 전시를 기획하거나, 학대받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등 동물 권리 향상을 위한 목소리도 꾸준히 내고 있다. 상처받은 동물들의 눈빛을 화폭에 담아낼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는 그는,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동물을 소유물이 아닌 존엄한 생명체로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이종서 작가는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세상의 모든 반려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별은 슬프지만, 그 아이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사랑과 행복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다. 반려동물은 떠났어도 그들이 준 따뜻한 온기는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다. 내 그림이 그 온기를 지켜주는 작은 난로가 되기를 바란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가장 아름다웠던 한때를 영원히 붙잡아두는 ‘기억의 기록자’가 되고 싶다는 이종서 작가. 캔버스 위로 번지는 따뜻한 색채와 섬세한 선들은, 시공간을 초월해 인간과 동물이 나눈 가장 순수한 사랑의 증거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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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7.17 10:28 수정 2026.07.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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