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약 한 방울로 돋보기를 벗을 수 있을까
노안 점안제의 현주소 — 어디까지 왔고, 누가 써야 하는가
금지은 강남 밝은성모안과 원장

마흔을 넘기며 휴대폰을 멀리 들게 된 이들에게 "넣기만 하면 가까운 글씨가 보이는 안약"은 솔깃한 소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서도 필로카르핀 성분의 점안제가 출시되면서 진료실 문의가 크게 늘었다. 다만 반드시 짚어야 할 사실이 있다. 이 약의 국내 허가 적응증은 녹내장 진단·치료 목적의 축동이며, 노안에 사용하는 것은 허가 범위를 벗어난 이른바 오프라벨 처방이라는 점이다. 제조사도 우선 오프라벨 처방으로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노안 적응증 확보를 위한 임상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작동 원리부터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이 약들은 ‘약물 돋보기’가 아니라 ‘약물 핀홀’이다. 노안은 수정체의 조절력이 떨어져 생기는 현상인데, 현재의 점안제는 굳은 수정체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동공을 작게 만들어 초점 심도를 넓힌다. 카메라 조리개를 조이면 심도가 깊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조절력 자체를 회복시키는 약은 아직 없다. 게다가 동공이 지나치게 작아지면 대비감도와 근거리 시력이 오히려 떨어져, 본래 동공 크기 대비 약 30% 축동이 최적 구간이라는 연구도 보고돼 있다.
해외 승인 약제의 성적표는 ‘보조 수단’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1세대 제품은 임상에서 시력표 세 줄 이상 개선이 31%(위약 8%)로 나타났으나 지속 시간이 여섯 시간 남짓이었고, 현재는 브랜드 제형 생산이 중단됐다. 이후 저농도·무보존제 제품과 새로운 성분의 제품이 이어지며 지속 시간은 여덟 시간에서 열 시간까지 늘었고, 두통과 자극 같은 불편도 줄어드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표] 미국 FDA 허가 노안 점안제
| 제품 (성분) | 허가·현황 | 효과 | 주요 이상반응 |
|---|---|---|---|
뷰이티 (필로카르핀 1.25%) | 2021년 허가 브랜드 제형 생산 중단 | 세 줄 이상 개선 31%(위약 8%) 1일 2회 시 최대 9시간 | 두통, 안자극, 흐림, 비문증 |
클로시 (필로카르핀 0.4%) | 2023년 허가 2025년 4월 미국 출시 | 20분 발현·최대 8시간 근거리 0.5 이상 도달률 1일차 74%→8일차 89% | 두통 6.8%, 점안 통증 5.8% (계열 중 최저·무보존제) |
비즈 (아세클리딘 1.44%) | 2025년 7월 허가 2025년 9월 미국 출시 | 1시간째 세 줄 이상 개선 73% 30분 내 근거리 0.5 도달 93% 최대 10시간, 근시성 이동 없음 | 점안 자극 20%, 어두워 보임 16%, 두통 13% |
유베지 (카바콜 2.75%+ 브리모니딘 0.1%) | 2026년 1월 허가 국내 판권 도입 계약 완료 | 1~8시간 전 구간에서 15문자 이상 개선 | 두통 15.6%, 점안 자극 14% |
앞으로 나올 약제도 있다. 교감신경 차단 방식의 펜톨아민 0.75%는 동공확대근을 억제해 모양체 관여를 최소화하므로 망막열공·박리 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으며, 미국 FDA 결정 예정일은 올해 10월 17일이다. 이 밖에 새로운 후보물질도 지난 2월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아 개발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는 아직 노안 적응증으로 허가된 점안제가 없으나, 미국 허가 제품 상당수가 국내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선택지는 넓어질 전망이다.
부작용은 “가볍지만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초기 1~2주간의 두통, 충혈, 눈 통증, 어둡게 보이는 증상은 대개 적응되지만 야간 운전과 어두운 환경에서의 작업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망막이다. 미국 허가사항에는 필로카르핀을 포함한 축동제에서 드물게 망막박리·망막열공이 보고되며 기존 망막질환자에서 위험이 증가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판 후 유리체황반견인과 망막열공·박리 증례가 보고됐고, 후향적 분석에서 위험 증가가 관찰됐으나 발생률 자체는 1% 미만이었다. 따라서 처방 전 산동 안저검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용 중 광시증, 비문증의 급격한 증가, 시야 가림이 생기면 즉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표] 이런 사람에게 권한다
| 권장 | 신중 또는 비권장 |
|---|---|
40대 초·중반의 초기~중등도 노안 (추가도수 +1.25D 미만~+2.00D) | 추가도수 +2.00D 이상 진행된 노안 |
| 원시가 거의 없거나 경도인 정시안 | 고도근시, 격자변성·망막열공 기왕력 |
| 회의·식사·외출 등 상황별 단시간 사용 | 야간 운전, 어두운 조명에서의 정밀 작업 |
다초점 렌즈·모노비전 부적응자, 수술을 아직 원치 않는 경우 | 좁은 전방각, 포도막염 병력, 각막·망막 질환자 |
| 산동 안저검사와 정기 추적이 가능한 경우 | 검사 없이 지인 처방이나 해외 직구 |
결론적으로 노안 점안제는 안경과 수술 사이에 새로 생긴 선택지이자 보완 수단이지, 돋보기를 완전히 대체하는 치료제가 아니다. 효과는 하루 여섯 시간에서 열 시간 남짓이며 노안의 진행 자체를 멈추지 못한다. 반대로 적응증에 맞는 사람에게는 삶의 질을 분명히 높여준다. 핵심은 “이 약이 얼마나 잘 듣는가”보다 “내 눈이 이 약을 써도 되는 눈인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며, 그 판단은 반드시 산동 안저검사를 포함한 안과 전문의 진료를 거쳐야 한다.
필자 소개
금지은 원장은 강남 밝은성모안과 대표원장으로 시력교정수술과 백내장수술을 담당하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하고 미국 코넬대 의대와 싱가포르 국립안과센터에서 연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