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경제 【광복절 특별기획 3부】 총보다 먼저 움직인 ‘정보전’…『광복』이 남긴 독립전쟁의 또 다른 기록
한국광복군, 기관지 『광복』 통해 독립의 당위성과 항일전쟁의 목표 알려
기관지·방송·전단으로 이어진 선전활동…군사전선 밖에서도 치열했던 독립전쟁
광복 81주년 다시 읽는 기록의 가치…독립운동 기억을 미래세대로 연결하는 역사자산
리더경제 윤수연 기자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은 광복을 맞았다. 2026년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은 오늘, 광복을 이루기까지 독립운동가들이 벌였던 전쟁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독립전쟁에는 총을 들고 싸우는 전선만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을 모으고 정보를 전달하고, 독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국내외에 한국인의 독립 의지를 알리는 또 하나의 전선이 있었다.
한국광복군 총사령부가 발행한 기관지 『광복(光復)』은 바로 그 현장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한국광복군 기관지 광복』은 1941~1942년 제작된 자료로 현재 독립기념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2021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총 6점으로 구성된 이 자료에는 당시 한국광복군의 활동과 정세 인식, 독립운동의 목표 등이 담겨 있다.
『광복』은 오늘날 단순한 오래된 간행물이 아니다. 무장투쟁과 함께 전개됐던 한국광복군의 선전·정보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자료다.
■ 한국광복군은 왜 기관지 『광복』을 만들었나
한국광복군은 1940년 9월 17일 중국 충칭에서 창설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군대였던 한국광복군은 일본에 대한 군사활동과 함께 독립운동의 목적을 국내외에 알리는 선전활동을 전개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기관지 『광복』이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자료에 따르면 『광복』은 한국어본과 중국어본으로 발간됐다.
한국어본은 국내외 동포 가운데 적 후방에 거주하는 한인을 주요 대상으로 했고, 중국어본은 중국의 행정·군사·언론기관 등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독자를 구분해 매체를 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광복군 내부의 소식을 전달하는 기관지가 아니라 대상에 따라 독립운동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적 선전매체로 활용됐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광복군에게 독립전쟁은 전투의 문제인 동시에 한국 독립의 필요성을 외부에 설명하고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 문제였다.
■ 총과 함께 움직였던 ‘글과 정보’
전쟁에서 정보는 군사력 못지않게 중요한 자산이다.
한국광복군 역시 이를 인식하고 다양한 선전활동을 전개했다.
기관지와 전단을 제작하고 벽보를 붙였으며 방송을 통해 일본군과 한국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자료에 따르면 한국광복군 총사령부는 심리작전연구실을 설치해 대적 심리활동을 추진했다.
충칭 국제방송국을 통한 방송에도 광복군 여성 대원들이 참여했다.
김정숙이 방송 원고를 작성했고 신순호·지복영·민영주 등이 방송에 참여한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의 기술 환경을 고려하면 기관지와 라디오 방송, 전단은 오늘날의 신문·방송·디지털미디어에 해당하는 주요 정보 전달 수단이었다.
독립운동가들은 이러한 수단을 활용해 한국이 일본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와 독립의 정당성을 전달했다.
■ 『광복』 속 여성들의 목소리…독립운동의 영역을 넓히다
이러한 정보전에는 여성 광복군도 직접 참여했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 따르면 여성 대원들은 『광복』 제작 과정에서 원고 의뢰와 작성, 번역, 발송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오광심은 『광복』에 「한국 여성 동지들에게 일언을 들림」을 발표했다.
지복영 역시 「대시대는 왔다, 한국여성동지들아 활약하자」라는 글을 통해 여성들에게 적극적인 독립운동 참여를 촉구했다.
여성들은 다른 사람이 작성한 독립운동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직접 글을 쓰고, 번역하고, 기관지를 제작하고, 방송에 참여하면서 독립운동의 메시지를 생산하는 주체로 활동했다.
이는 독립운동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힌다.
무장투쟁에 참여한 인물뿐 아니라 글과 언론, 방송, 정보와 선전을 담당했던 사람들도 독립전쟁의 중요한 주체였다는 의미다.
■ 오광심의 기록이 보여주는 ‘보이지 않는 전선’
오광심의 활동은 이 같은 독립운동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오광심은 시안에서 약 1년 반 동안 『광복』 간행을 통한 선전활동을 전개했다.
이후 광복군 제3지대 관련 활동을 이어갔으며 김학규 지대장의 참모이자 기밀담당 비서로도 활동했다.
그의 역할을 단순히 ‘여성 광복군 대원’이라는 표현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관지 제작에서 선전활동, 기밀업무까지 독립전쟁의 여러 영역을 넘나들었다.
특히 『광복』에 직접 자신의 생각을 남겼다는 점에서 오광심의 기록은 중요하다.
후대가 당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역할을 자임했는지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기록이 없었다면 알 수 없었던 독립전쟁
『광복』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보존되는 이유도 이러한 역사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
독립운동은 결과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이 참여했고, 어떤 전략을 사용했으며, 어떤 생각으로 독립을 준비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 있어야 역사의 전체 모습을 복원할 수 있다.
기관지 『광복』은 한국광복군이 자신들의 존재와 활동을 어떻게 알렸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독립운동이 군사적 전투만이 아니라 정치·외교·언론·정보·선전 등 여러 영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한다.
오늘날 언론과 미디어의 관점에서도 『광복』은 의미가 있다.
정보를 생산하고 기록하며 사회에 전달하는 일이 시대에 따라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 광복 81주년…‘기억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2026년 광복 81주년을 맞아 독립운동의 기록을 다시 살펴보는 일은 과거를 기념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과 함께 그들이 남긴 글과 자료, 활동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일도 중요하다.
『광복』과 같은 역사자료를 디지털화하고 연구·교육·전시를 통해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역사문화정책의 중요한 과제다.
특히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여성 독립운동가와 선전·정보 분야 활동을 발굴하는 작업은 독립운동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역사는 기록을 통해 다음 세대와 만난다.
1941년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광복』은 85년이 지난 2026년에도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 기록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광복은 1945년 8월 15일 이루어졌지만, 광복을 가능하게 했던 과정은 그보다 훨씬 길었다.
그 과정에는 전장에서 싸운 독립군이 있었고 외교무대에서 독립을 호소한 사람들이 있었으며, 기관지를 만들고 글을 쓰고 방송을 통해 독립의 목소리를 전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광복』은 그 가운데 하나의 기록이다.
오광심을 비롯한 여성 광복군의 글과 활동 역시 그 기록 안에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광복 81주년을 맞아 우리가 다시 확인해야 할 것은 독립운동의 역사가 몇몇 영웅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사람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독립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들의 기록을 찾아 읽고 보존하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을 넘어 역사의 의미를 다음 세대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광복』은 지금도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그들이 남긴 기록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그 기록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할 것인가.
리더경제 윤수연 기자
자료출처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한국광복군 기관지 광복(光復)」,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한국광복군·여성 광복군 관련 자료,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오광심 관련 자료
자료확인시점 : 2026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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