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에게 도박은 낯선 공간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매일 손에 쥐는 스마트폰과 SNS 속에서 게임과 비슷한 얼굴로 다가온다. 최병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 위원장이 지난 9월 14일 중학생들 앞에서 가장 먼저 짚은 대목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오산 성호중학교에서 '청소년 도박 예방 릴레이'의 첫 강연자로 나서 2학년 학생들을 만났다. 그는 "청소년 도박은 스마트폰과 SNS 등을 통해 게임과 비슷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 어디까지가 놀이이고 어디부터가 도박인가
강연 주제는 "이것도 도박일까?"였다. 최 위원장은 친구와의 내기, 게임 아이템 뽑기, 온라인 미니게임 등 학생들에게 익숙한 사례를 통해 일상 속 도박의 경계와 위험성을 설명했다.
세 사례는 모두 학생들이 도박이라고 여기지 않고 지나치기 쉬운 장면이다. 친구끼리 가볍게 거는 내기, 게임 안에서 반복하는 아이템 뽑기, 잠깐 즐기는 온라인 미니게임이 어떤 지점에서 도박과 닮아 가는지를 스스로 따져 보게 한 것이 이날 강연의 방식이었다.
도박의 모습이 게임과 닮아 있을수록 경계를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학생들이 이미 익숙하게 즐기는 방식 안에 위험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알아야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을 알리는 일도 먼 이야기가 아니라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는 장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강연의 흐름이었다.
■ 세 가지 당부
최 위원장은 학생들에게 "시작하지 않기, 돈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기, 혼자 숨기지 않기" 세 가지를 당부했다. 처음부터 발을 들이지 않는 것, 잃은 돈을 다시 돈으로 메우려 하지 않는 것, 문제가 생겼을 때 감추지 않는 것이다.
이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약한 선택이 아니라 문제를 멈추는 용기있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이라면 혼자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문제를 끝내는 길이라는 메시지다.
강연 후에는 도박문제 회복 당사자의 경험을 담은 마술공연이 이어졌고,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상담 안내 캠페인도 진행됐다. 도움을 요청하라는 당부가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 안내로 연결된 셈이다.
■ 릴레이로 이어지는 메시지
최 위원장은 "청소년을 위협하는 불법도박, 우리가 함께 끊어내자"는 메시지를 전하며 다음 릴레이 주자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을 지목했다. 최 장관은 오는 9월 17일(목) 전북 군산 동원중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도박 예방 연극 '제로라운드'를 관람할 예정이다.
이번 릴레이 특별강연은 지난 5월 사감위, 교육부, 성평등가족부, 금융위원회 등 6개 기관이 체결한 「청소년 사이버도박 예방 협약」의 후속 사업이다. 릴레이는 성평등가족부와 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 도박중독 회복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청년 멘토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10월까지 이어진다.
사감위는 강연과 캠페인 현장을 영상으로 제작해 온라인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스마트폰과 SNS로 도박을 처음 접하게 되는 청소년에게 같은 통로로 예방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것이며, 향후 2차 릴레이도 추진한다.
■ 학교 예방교육과 함께
강연에 앞서 사감위는 같은 장소에서 경기도교육청과 「청소년 도박문제 공동대응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개정으로 2026년 5월부터 연 2회 의무화된 학교 도박 예방교육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협력하기 위한 협약으로, 두 기관은 학교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예방교육 모델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실행과제와 시범운영 방식을 공동으로 마련하고, 학교 현장에서 축적된 예방교육 데이터를 정책 개선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최병환 사감위원장은 협약식에서 "이번 협약은 사감위의 정책 전문성과 경기도교육청의 현장 역량을 결합해 청소년 도박예방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출발점"이라며 "경기도에서 축적한 경험과 성과가 전국 학교 현장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도 "경기도의 다양한 교육현장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예방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당에서 학생들에게 전한 세 가지 당부가 한 번의 강연으로 끝나지 않고, 연 2회 의무화된 학교 예방교육 안에서 다시 다뤄질 수 있는 기반이 함께 마련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