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붉어지는 숲, 우리 소나무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갈변한 숲이 묻는 재선충 방제의 현재와 미래

천적 곰팡이의 가능성과 논란, 결론은 공개된 검증으로 내려야

산림행정·산림과학·생태·조경 전문가가 함께 짜는 숲의 회복 전략

 

 

 

[조경칼럼] 붉어지는 숲, 우리 소나무는 어떻게 될 것인가

 

  • - 숲은 논쟁의 승자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

 

 

 

 

우리나라 소나무의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재선충 확산을 막는 일과 숲의 생태적 회복력을 높이는 일을 따로 추진한다면, 소나무도 경관도 함께 잃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존 방제를 무조건 고집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성급히 만능 해법으로 선언하는 일이 아니다. 방제 성과와 한계를 공개하고, 새로운 기술을 공정하게 검증하며, 지켜야 할 소나무와 회복시켜야 할 숲을 함께 설계하는 일이다.

 

푸른 잔디 재배지 너머 숲에 갈변한 수관과 가지가 드러난 나무들이 보인다.
장성군·광산구 일대 숲에 나타난 갈변한 수관. 소나무림의 쇠약은 나무의 건강을 넘어 마을의 경관과 생활환경을 돌아보게 한다. (사진=정종일)

 

 

 

푸른 잔디 너머, 숲이 보내는 경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장성군과 광산구 일대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앞쪽 잔디는 푸르고 물가의 식생도 남아 있지만, 산자락 곳곳에는 붉고 갈색으로 변한 수관이 눈에 들어온다. 일부 나무는 가지가 드러나고, 건강한 녹색 사이로 쇠약해 보이는 나무들이 이어진다. 익숙했던 마을의 배경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사진만으로 모든 갈변목을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 고사 원인은 시료 검사와 현장 진단으로 가려야 한다. 그럼에도 이 풍경은 지역의 재선충 피해를 걱정하는 주민들에게 충분히 절박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숲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

 

조경에서 소나무는 단순한 식재 수량이 아니다. 마을 뒤편 능선의 윤곽이고, 정자와 묘역을 감싸는 배경이며, 공원과 정원의 시간을 보여주는 나무다. 오랜 소나무 한 그루를 잃는 일은 묘목 한 그루를 심는 것으로 곧바로 보상되지 않는다. 재선충 방제는 병해충 관리이면서 동시에 지역 경관과 생활환경을 지키는 공공의 과제다.

 

물가 뒤편 산자락에 녹색 수관과 붉고 갈색으로 변한 수관이 섞여 있다.
녹색 수관과 갈변한 나무들이 섞여 있는 산자락. 정확한 감염 진단과 공개된 방제 검증이 숲을 지키는 대책의 출발점이다. (사진=정종일)

 

 

피해는 커졌고, 성과의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산림청이 2026년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1일부터 2026년 5월 31일까지 전국 166개 시·군·구에서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고사목은 177만 그루였다. 전년의 149만 그루보다 28만 그루 늘었다. 같은 기간 제거한 나무는 309만 그루로, 피해고사목 111만 그루와 주변의 기타고사목 등 감염우려목 198만 그루를 합친 수치다.

 

여기서 숫자의 뜻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309만 그루를 제거했다는 사실이 재선충 감염목 309만 그루를 모두 확인했다는 뜻은 아니다. 산림청이 발표한 피해고사목 방제율 63% 역시 발생한 피해고사목 가운데 제거한 비율이지, 나무주사 약제의 예방효과가 63%라는 의미가 아니다. 통계의 대상과 기간을 섞으면 방제 성과도 실패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확산 원인을 하나로 몰아가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산림청은 기후변화에 따른 매개충 활동기간의 변화와 감염목 무단이동에 의한 인위적 확산을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동시에 지역별 방제 역량 차이와 사업 품질 개선의 필요성도 인정했다. 기후를 설명한다고 현장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피해가 늘었다고 모든 예방조치가 무의미해지는 것도 아니다.

 

이제 성과표에는 얼마를 썼고 몇 그루를 베었는지만 적어서는 안 된다. 신규 감염이 얼마나 줄었는지, 보존 대상으로 정한 나무가 얼마나 살아남았는지, 벌채한 곳의 토양과 식생은 어떻게 회복되는지도 들어가야 한다. 사업량이 아니라 살아 있는 숲의 상태가 정책의 최종 성적표여야 한다.

 

 

 

천적 곰팡이, 가능성을 열되 입증을 건너뛰지 말자

 

논쟁의 중심에는 재선충의 천적 곰팡이를 이용하는 생물학적 방제가 있다. 에스테야 버미콜라(Esteya vermicola)는 선충에 기생하는 곰팡이로, 이를 활용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가능성을 다룬 학술 연구들이 발표돼 있다. 2025년 미생물 방제 관련 종설도 감염 기작과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한편, 현장 적응성·생물안전성·생산비용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천적 곰팡이라는 접근을 근거 없는 발상으로 치부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그러나 특정 균주의 연구 성과가 특정 제품의 전국적 방제효과를 자동으로 입증하지도 않는다. 시험관에서 선충을 감염시키는 능력, 묘목에서 나타난 효과, 성목과 산림 현장에서의 예방효과, 이미 병든 나무를 회복시키는 치료효과는 서로 다른 검증 단계다.

 

윕뉴스 기사는 성창근 충남대 명예교수와 대덕바이오의 G810을 소개하면서 남이섬에서 높은 방제 성과가 있었다고 전한다. 중국 요녕성의 방제 계획과 해외 협업 이력도 소개한다. 관심을 갖고 검토할 가치가 있는 사례지만, 보도된 현장 성과와 독립적인 시험으로 확정된 효과를 같은 것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산림청은 앞선 검증 결과를 근거로 신중한 입장이다. 2026년 9월 15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산림청은 2021년 실시한 2차 검증에서 G810의 방제가가 0~17.6%로 사용기준에 미달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보도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림청이 전문가 10명으로 검증자문단을 구성해, 전남 곡성과 경남 진주에서 2026년 12월까지 3차 공동 검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개발자 측의 높은 효과 주장과 정부 측의 낮은 검증 결과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이 간극을 권위나 구호로 메울 수는 없다. 균주의 특성, 제제의 품질, 투입량과 시기, 시험목의 건강 상태, 접종 조건, 대조군 구성과 관찰기간을 나란히 놓고 살펴야 한다. 서로 다른 조건의 숫자를 단순 비교하는 것으로는 시민이 납득할 결론에 도달하기 어렵다.

 

생태적 관점에서 방제정책을 비판하는 보도에서는 시험목의 건강 상태와 시험지 환경, 선충 접종량 등에 대한 이견도 제기됐다. 이 문제 제기가 곧 시험의 부당성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원자료와 현장 기록을 공개해 타당한 비판과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가려내야 한다.

 

 

 

중국 사례, 찬반의 구호가 아니라 비교 검증의 자료이다

 

중국 국가임업초원국 홈페이지에 실린 2026년 1월 14일 기사는 항공살포용 제제 ‘연방121(联邦121)’을 새로운 녹색 예방용 제제로 소개하고 산림 현장의 시범 적용을 전했다. 중국임학회도 같은 해 3월 19일 이 제제의 품질관리와 산림 적용 기술에 관한 단체표준을 공고했다. 해외 활용 소식은 단순한 소문만은 아니다.

 

다만 단체표준의 제정이 농약등록 허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자료만으로 중국 제제가 국내 G810과 동일하거나, 이미 감염된 나무를 치료하는 효과까지 입증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같은 계열의 생물방제라 하더라도 균주와 제제, 주입·살포 방식, 예방·치료 평가를 구분해야 한다. 중국의 성과는 우리 기술의 승패를 선언하는 구호가 아니라, 국내 수종과 기후에 맞춘 비교 검증의 자료여야 한다.

 

생물학적 방제는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천적’이나 ‘친환경’이라는 말이 효과와 안전성 검증을 면제해 주지는 않는다. 같은 원칙은 기존 화학 약제와 벌채 방제에도 적용돼야 한다. 새로운 기술에는 엄격하고 기존 기술에는 관대한 이중잣대도, 새로운 기술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도 숲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잔디 재배지 뒤편 숲 곳곳에 갈변한 수관이 나타나고 있다.
잔디 농장과 맞닿은 숲의 모습. 방제 이후에도 토양과 남은 식생을 보전하고, 다양한 수종이 공존하는 숲으로 회복시키는 계획이 필요하다. (사진=정종일)

 

 

 

조경의 시선, 나무와 터를 함께 살펴야 한다

 

조경 현장은 나무 한 그루의 건강을 약제 하나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뿌리가 놓인 토양, 배수와 수분 상태, 지형, 주변 식생, 답압과 공사 피해를 함께 살핀다. 이런 점검이 재선충 확진 검사나 방제를 대신할 수는 없다. 다만 나무의 생육 상태를 이해하고 방제 이후의 회복 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한 기초다.

 

벌채 역시 ‘무조건 필요하다’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사이에서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감염목과 매개충의 확산을 차단하는 처리가 필요한 곳이 있고, 보존 가치가 높은 소나무를 집중적으로 지켜야 할 곳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진단과 위험평가에 근거해 범위를 정하고 그 판단을 주민과 산주에게 설명하는 일이다.

 

특히 마을 뒤편 급경사지나 물가에서는 벌채 뒤의 계획이 먼저 준비돼야 한다. 지표를 과도하게 훼손하지 않는 작업 방식, 토사 유출을 줄이는 조치, 남겨 둘 활엽수와 하층식생, 후속 식생의 정착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소나무를 제거했다는 이유만으로 숲 전체를 빈 땅으로 만들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모든 피해지를 다른 한 수종으로 일괄 교체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수종전환이 필요하더라도 지역의 토양과 기후, 자생식생, 경관 특성을 고려한 혼효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소나무를 지키는 일과 소나무만 있는 숲을 유지하는 일은 같지 않다. 건강한 소나무가 다른 나무들과 함께 살아가는 숲도 충분히 보전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이제 한자리에 모여, 같은 자료로 답하자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 대학의 산림병리·곤충·미생물 연구자, 산림생태 전문가, 조경전문가, 현장 방제 실무자와 산주가 한자리에 모일 때이다. 개발기업도 참여하되 이해관계를 공개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찬반을 확인하는 행사가 아니라 무엇을 알고 무엇을 아직 모르는지 정리하는 공개 검증의 장이다.

 

첫째, 시험계획과 평가기준을 공개하자. 시험목 선정, 건강 상태, 처리 방법, 접종량, 대조군, 관찰기간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결과를 본 뒤 기준을 바꾸지 않도록 사전에 평가방법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예방효과와 치료효과를 분리하자. 감염되기 전 건강한 나무를 보호한 결과와, 검사로 감염을 확인한 나무가 회복된 결과는 별도로 발표해야 한다. 갈변목이 다시 푸르게 보였다는 관찰만으로 치료를 확정해서는 안 된다.

 

셋째,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반복 검증하자. 무처리 대조군과 적절한 기존 방제 처리군을 함께 두고, 수종과 기후가 다른 현장에서 결과가 재현되는지 살펴야 한다. 단기간의 생존뿐 아니라 다음 발생기 이후의 상태까지 추적할 필요가 있다.

 

넷째, 약제 효과와 생태 영향을 함께 평가하자. 곰팡이 제제도 비표적 생물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야 하며, 벌채와 화학 방제 역시 토양·수계·서식지에 미치는 부담을 평가해야 한다.

 

다섯째, 결과를 시민의 언어로 설명하자. 효과가 확인되면 사용 조건과 한계를 함께 제시하고, 효과가 부족하면 그 이유와 다음 연구 방향을 공개해야 한다. 시험 조건에 이견이 남는다면 쟁점과 보완시험 계획까지 밝혀야 한다. 공개 검증은 어느 기관이나 연구자를 이기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숲을 지키기 위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과정이다.

 

 

 

 

우리 소나무의 미래, 지금 선택에 달렸다

 

산림청은 2026~2030년 국가방제전략에 국가방제벨트 구축, 보존할 소나무 숲의 우선 관리, 이해관계자 협력, 수종전환과 친환경 기술 개발 등을 담았다. 방향의 전환을 선언한 만큼, 현장에서 작동하는 기준과 공개된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조경전문가의 관점에서 제안하는 원칙은 분명하다. 문화적·경관적 가치가 큰 소나무와 보존림은 우선순위를 정해 집중 보호하고, 확산 경계에서는 진단과 예찰을 강화하며, 반복 피해지역은 지역에 맞는 다양한 숲으로 회복시키자. 어느 경우든 감염 의심 목재를 임의로 이동하거나 활용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기술의 검증을 기다리는 동안 필요한 확산 차단까지 멈출 수는 없다.

 

우리나라 소나무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단정할 근거도, 지금 방식만으로 충분히 지킬 수 있다고 안심할 근거도 없다. 전국 산하의 갈변한 숲은 그 사이에서 우리에게 결정을 재촉한다. 어느 편의 말이 더 큰가가 아니라, 어떤 조치가 나무를 살리고 숲의 기능을 회복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소나무를 살릴 가능성이 있다면 공정하게 확인하고, 한계가 드러난 방제는 고치며, 회복이 어려운 숲에는 다음 세대를 위한 생태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허심탄회하게 마주 앉아 진실을 밝히고 대책을 논의할 때이다.

 

 

숲은 논쟁의 승자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정종일 | 본지 전문고문위원

 

 

 

작성 2026.10.05 23:36 수정 2026.10.05 23:59

RSS피드 기사제공처 : 한국IT산업뉴스 / 등록기자: 정종일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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